눈으로 듣는 힙합 - 인디언팜

예술가는 때때로 무언가로 부터 영감을 받기 마련이다. 그것이 자연이나 주변사람일 수도 있고, 영화나 음악, 그림 등 다른 예술작품인 경우도 있다. 비알에스 레코드에는 진왕이라는 사진을 참 잘 찍는 친구가 있는데, 김박첼라는 때때로 진왕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곡을 만들기도 한다. 그 에피소드를 토대로 지금 인디언팜이 작업하면서 영향 받은, 혹은 노래의 느낌과 가장 비슷한 사진과 함께 그들의 노래를 이야기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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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이 되어
김박첼라: 후렴가사가 나름 강렬함(?)을 가지는 노래. 브릿지 부분에 강력한 클라이막스를 넣기 위해 기타 편곡을 꽤나 고민했다. 생각했던 흐름이 나와 애착이 많이 가는 곡이다. 소년과 루피의 가사를 들으면 마치 바람이 된 기분이다.
아날로그 소년: 첼라형한테 기타연주를 스트로크로 부탁했다. 이런 곡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옆에서 귀찮게 했는데, 바라던 그 느낌이 나왔다. 초가을, 그리고 높은 하늘에서 부는 바람이 되어 봤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가장 행복한 곡이다.
루피: 바람이 분다. 바람이 되어 사람들을 바라보는 꿈을 꾼다. 그들의 바람이 바람을 탄 꽃씨가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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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icnic
김박첼라: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면 갑갑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떠나고 싶었다. 7월부터 시작된 작업은 우리에게 바캉스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 곡은 앨범 작업이 끝나기로 예정된 가을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다. 허나 정작 가을이 왔을 땐 믹스 작업 덕에 작업실을 떠나지 못했다.
아날로그 소년: (인디언팜 작업이 이루어졌던) BRS 문래동 작업실은 진짜 더웠다. 게다가 방학동안 쉬지 않고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어디 여행을 떠날 엄두도 나질 않았다. 작업이 끝난 지금 가까운 곳이라도 놀러가고 싶다. 내가 사는 춘천에는 꽤 좋은 곳이 많다. 신발은 빨간색 컨버스를 신고 떠나는 거다.
루피: 소풍가기 전날의 설렘을 기억한다. 그녀와의 첫 데이트를 준비하던 날의 설렘을 기억한다. 떠나기 전의 설렘과 두근거림은 아직도 날 살아가게 만드는 기분 좋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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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ye

김박첼라: 전형적인 김박첼라식 프로듀싱이라 할 수 있다. 보사노바 기타와 섞은 강렬한 드럼 비트, BRS 컴필레이션 앨범 [REBELDE]에 있는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뜨겁다’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이다.
아날로그 소년: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처음에 만든 곡. 이 곡을 들었을 때, 긴 코트를 입은 신사가 기차에 올라타는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 느낌을 가사에 옮겨봤다. 그때가 딱 7월 1일이었는데, 방학하고 바로 올라와서 서울에 적응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아직도 서울에 오면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된다. 약간 기가 눌린다고 해야 되나… 그때도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가사를 쓰면서 작업을 끝내고 미련 없이 서울을 떠나는 모습을 상상했다. 쿨~하게 떠나는 모습을 말이다.
루피: 지난 기억은 문득 나를 찾아와 말을 건다. 책속에 끼워놓은 메모지와 사진처럼 툭 하고 떨어지며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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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야간비행

김박첼라: 생각 없이 피아노를 누른 곡. 내가 키 작은 꼬마였을 때 밤하늘을 나는 기분을 그리고 싶었다.
아날로그 소년: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이 앨범에는 넣고 싶지 않았다. 대신 중간 중간에 첼라형의 연주곡이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곡이다. 첼라형의 피아노를 듣고 밤하늘을 작은 경비행기로 비행하고 있는 소년이 만화처럼 떠오른다. 이 곡엔 약간의 쓸쓸함과 동시에 여유로운 느낌이 있어 좋다.
루피: 이 노래를 들으면 이 문구가 떠오른다. ‘이 작은 마을이라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은 일단 선택을 하고 난 뒤에는 생활상의 우연에 만족하며 그걸 사랑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건 사랑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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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Indian Palm

김박첼라: 소년의 후렴이 빛나는 곡. 피아노 편곡도 그의 조언에 의한 것. 전형적인 흑인음악 느낌이 나는 듯 했으나 후렴의 엉뚱함으로 신선한 느낌이 든다. 브릿지 부분은 앨범에 수록된 나의 보컬 중 가장 신경을 썼고, 마음에 드는 트랙이다.
아날로그 소년: 가사적인 측면에서 가장 인디언팜을 잘 나타낸 곡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써왔던 가사와는 조금 다른데 꼭 한번 써보고 싶었다. 또, 훅에서 노래를 내가 했는데 나름대로 잘 묻어난 듯해서 마음에 든다. 첼라형은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며 곡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난 지금의 날 있게 해 준 모든 사람들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떠올리며 가사를 썼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만들어지지 않았겠지? 언제나 감사하다.
루피: 손바닥이 있어 다행이다. 그대를 보듬을 수 있어서, 그대를 만질 수 있어서, 그대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어서. 그대를 위해 박수쳐 줄 수 있어서, 그대를 일으켜 세울 수 있어서, 그대의 등 뒤를 받칠 수 있어서. 내 손바닥, 그리고 날 지켜준 그대들의 손바닥.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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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e Closer

김박첼라: 정기고 형님이 흔쾌히 피쳐링 해주신 곡. 브릿지에서 형님의 멋진 보컬이 두드러진다. No Doubt!
아날로그 소년: 주변 분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이 가사를 썼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나는 겪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음악을 만들고 가장 먼저 정기고 형이 떠올랐는데 같이 작업하게 되서 너무나 좋았다. 정기고 형 덕분에 더욱더 애절한 곡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루피: 누군가의 행복이 누군가에겐 눈물로, 누군가의 눈물이 누군가에겐 작은 기대로. 안타까운 엇갈림, 그 안에 미처 숨기지 못 하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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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숨바꼭질

김박첼라: 디스코. 누가 뭐래도 이 트랙은 디스코다. 자신을 숨겨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슬픈 디스코. 어두운 밤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자가용에서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길 바라며 만든 곡. 주의 깊게 들으면 베이스가 상당히 펑키하다.
아날로그 소년: 루피가 너무너무 좋아하다 못해 집착까지 보이는 곡. (무서울 정도다.) 도심 한 복판을 가로 지르는 강의 다리를 건너면서 들으면 좋을 것 같은 곡인데, 나는 무언가 무덤덤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떠한가?
루피: 무수히 많은 조각들로 나뉘어서, 쓸쓸히 긴 밤을 홀로 비추고 있는 작은 불빛들. 잠 못 드는 밤… 시계초침만 째깍, 내게 말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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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isty

김박첼라: 가장 늦게 작업한 곡. 내 기타 연주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 곡. 안개의 느낌을 그려보고 싶었다. 소리헤다의 마스터링에 의해 사운드가 더욱 뿌옇게 가라앉았다.
아날로그 소년: 이 곡을 녹음할 때, 첼라형 옆에 앉아서 들었는데 색다른 곡이었다. 영화 음악에나 쓰일법한 곡이랄까? 야간비행과 마찬가지로 이 곡도 연주곡인데, 듣고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그리고 첼라형의 기타 실력이 점점 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첼라형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
루피: 안개 속을 헤매다. 지난날을 되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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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벗

김박첼라: 친구들. 작업 때문에 바빠 자주 못 보는 친구들.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 이 곡은 나와 어깨동무하며 웃고 울던 친구들에게 바치는 곡이다.
아날로그 소년: 숨바꼭질에 루피가 집착을 보인다면, 이 벗이라는 곡은 우리 비알에스 식구인 소리헤다가 너무 좋아한다. 마치 자신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지금 우리 나이 또래의 이야기는 언제나 내 음악과 가사에서는 가장 큰 부분인데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 약간 우울해진다. 참, 허클베리피가 도와줬는데 그는 최고의 MC가 맞다.
루피: 어느 깊은 밤, 술잔과 침묵, 친구가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절 함께 있어 준 우리들만의 노래가 있었다. 오래된 친구와 오래된 노래가 그 밤, 내 곁을 지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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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꽃

김박첼라: 피아노 연주가 맨 앞에 들어가 있다. 나로서는 파격적인 시도. 드럼 라인은 90년대의 댄스느낌. 사실은 브라스 편곡을 했었는데 아쉽게도 믹스 과정에서 빠졌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아쉽지만 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아날로그 소년: 도입의 피아노 솔로가 눈에 띄는데 내가 첼라형한테 부탁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특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고, 왜 그 시가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많이들 좋아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소울원이 보컬로 참여했는데 소울원의 보컬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루피: 실연의 상처 후에 자기 방어적이었던 내게 다가온 설렘의 감정은 한밤에 들려오는 기차의 기적소리처럼 불현듯, 긴 정적을 깨고 찾아왔다.


11. PowWow (CD에만 수록되어 있는 곡입니다)

김박첼라: 시디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트랙. 힙합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날로그 소년: 정말 아쉬운 곡. 정말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 곡을 작업실에서 첼라형이랑 만들고 너무 좋아서 아침 해가 뜰 때까지 틀어놓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더운 여름에… 이 곡은 CD에서만 들을 수 있는데, CD를 사신 분은 이 곡을 듣고 저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루피: 내 두 눈 가려도 함성은 안 멈춰, 내 입을 막아도 함성은 안 멈춰, 손과 발 묶어도 함성은 안 멈춰.

글 | 인디언팜

Posted by inplanet

2009/12/02 00:31 2009/12/0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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